열린마당

나무가 저마다 자신만의 색을 빨갛고 노랗게 오롯이 드러내는 가을입니다.
나뭇잎이 생을 마감하기 전 드러낸 본연의 색은 찬란하여 우리에게 감탄을 줍니다.
성거산 기도의 집은 천흥 저수지를 포근히 감싸는 성거산 자락에 있습니다.
한옥으로 지어진 단아한 기도의 집 앞에는 색색의 단풍나무가 정답습니다.

성거산의 노을을 보기 위해 올라간 산책길에서 정돈된 묘지를 발견했습니다.
선종하신 작은형제회 수사님들의 아담한 무덤은 삶과 죽음을 한자리에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가야 할 곳을 알고 사는 자의 삶은 어떠한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문제들, 채우고 싶은 것들로 인해 가야

할 곳이 있음을 잊고 살아가게 됩니다.

흙이 될 나뭇잎을 밟고, 흙과 나무로 지은 집에서 잠을 청하며 곰곰히 생각에 잠겨 봅니다.

파주 눌노리 공동체에서 새벽부터 달려오신 백남용 요한수사님은 하느님 사랑, 자기돌봄,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삶과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는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이 모든 호흡은 하느님이 거저주신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도 깊이 숨을 쉬며 자신과 그리고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을 꼭 가지라고 당부하십니다.

파견미사를 집전하신 오학준 요한신부님은 ‘하느님께서는 청하는 자에게 지체없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실 것이다.’라고 묵상을 전해주십니다.

사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을 평가합니다. 이러한 마음은 이웃을 사랑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일 것입니다.
올바른 판단은 하느님께 맡기고... 나는 그저 하느님이 거저 주신 내 몸과 마음을, 그리고 나에게 이웃으로 온 사람들을 사랑하기만 하면 됩니다.
피정을 마치고 돌아오며 그렇게 살아보기를 청합니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여라.”

직원 피정을 준비해주신 성거산 기도의 집 수사님과
사회복지특별위원회 신현재 라이문도 원장님,
식사와 모든 일정을 살뜰히 챙겨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글.사진-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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